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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과 기호식품/편의점에서 일하기

편의점에서 일할때 손님과의 심리적인 거리 - 외상이나 돈빌려달라는 유형, 정치 이야기하는 유형

중년의 나이다보니 편의점 카운터에 서있으면 좀더 유연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너무 딱딱하거나 전반적인 성향이 서비스업에 맞는 성격이 아닌경우를 제외하고 이야기하면... 단골들이 많은 동네이다보니 이삼십대 남자들도 어디에나 있을법한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편이고 나이드신 분들도 어린 알바생에게 하듯 고압적인 부분도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래봤자 받아주지도 않겠지만)

 

예전에 개인사업할때도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가 포인트가 너무나 빗나가거나 지나치게 이기적이면 대부분 안들어주거나 못들어주고 미리부터 조심하곤했는데 얼마전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던 것중에 일본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대하기 어려운 고객을 설문했을때 외국인 조금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일본어와 영어 모두 통하지 않는 중국인 그리고 제일 까다로운건 일본말을 못알아듣는 일본인이라고 했는데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는듯 난독증이나 주의력 결핍인지 남의말을 못알아듣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물론 대체로 사야할 물건이나 가격이 이미 정해진 편의점에서 이런 유형은 경찰 부를 정도의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같이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그냥 보기에도 차이가 확실한건 조금만 경험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대처법이 생깁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처음부터 말안되는 무리한요구나 진상짓하는 손님등 명확하게 태도를 가질수 있는건 상관없지만 애매한건 수시로 보면서 친해지면 조금씩 과잉친절이 나오는 것에서 비롯되는데 기본적으로 상대방은 손님이기에 무의식중에 항상 서로 도와주는 관계라기보다 고객 스스로 매장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더욱 강합니다. 여기까진 그러려니하는데 조금더 나아가 시대에 안맞게 손님이 왕이다라는 인식을 지나치게 하는 사람들도 간혹 볼수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결정적일때 튀어나오기에 조금 친해졌을때는 편하거나 혹은 예의를 지키게 되지만 조금 일반적인 궤도를 벗어나면 알바생이나 손님중에 힘들어 질수있습니다.

 

 

조금 힘든 유형들...

 

 

1. 돈빌려달라는...

 

어르신 한분이 있었습니다. 고령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거의 매일 오시던분인데 기억력도 괜찮은편이라 3년만에 봤고 특별히 말한마디 나눈적 없었지만 기억을 하고있었습니다. 나이가 있으셔서 몸이 이곳저곳 아프고 새벽에 잠이 오지않아 오셨는데 아버님 생각도 나고해서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조금 친밀해졌습니다. 나중에는 오시면 커피도 타드리고 우유도 드리고 하면서 지난이야기도 하고 했었는데 이렇게 두어달 지날무렵 갑자기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두어달보았고 피붙이도 아닌데다(요즘은 소용없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유효한..) 개인적인 친분이래야 새벽에 잠시 얼굴보며 살아가는데 실이익면에서 크게 소용없는 담소하는 정도였는데 이름도 모르고 사는곳도 모르기에 안오면 그만인 상황..  대강 돈관리는 내가 안하고 와이프 핑계대면서 넘어갔는데 아주 씁쓸했습니다. 눈치껏보니 다급한 사정이 아니라 용돈이 필요했던듯...

 

 

2. 외상

 

다음으로는 이분은 육십대 초반이나 많으면 중반정도되는 분으로 처음부터 매너가 거지같았고 다른 알바생들도 피하고싶은 손님중에 한명이었습니다. 들어와서는 뭐 어딨냐 갖다가 달라, 전자레인지 돌려달라, 뭐 이리 비싸냐며 투덜투덜대고 먹은자리 치우지 않고 가는데다 계산할때 돈까지 던지는 스타일... 처음에는 못본척 못들은척 데면데면하게 대하다가 하나하나 설명을 드리면서 나름 편의점 고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듯 했습니다. 나중에는 낮에 알바생 누가 대강 일한다 이런 고자질까지 해주기도 했고 전자레인지도 돌리고 먹고난자리 마무리는 물론이고 돈도 손으로 건네주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다고 원래 안그런 사람인데 살다보니 일시적으로 그랬나보다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러길 서너달 2만원어치 물건을 사면서 오천원이 모자르다면서 좀있다 갖다 준다고 하더라구요...

 

거절확률이 높기에 일반적으로 쉽게할수없는 외상을 달라는 말을 내뱉을수 있다는것은 그사람의 처지나 성격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요구합니다. 그런 경험때문에 편의점 외상이 안되는 이유는 흡사 일수찍듯 정산주기가 굉장히 빠르고 다년간 경험상 외상 거래 손님과 결론적으로 좋게 끝난적이 없다고 말해주고는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그동안 거래해주신것을 믿은것이라 말하고 내주었습니다. 출근하다시피 매일 자주 왔었는데 오천원 때문에 그러겠나 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로 그뒤로 다시는 보이지 않더군요...

 

ㅋㅋ 다년간의 경험상 편의점에서의 외상손님은 결말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간혹 일이백원 모자라서 가지고가는 경우에는 대부분 나중에 올때 가져다 주고 작은부분이지만 편의를 생각해준 것에 고마워합니다... 이런 케이스를 제외하고 전체금액 혹은 편의점 결제내역 치고는 많은 금액의 외상은 일하다보면 99.9% 거절하고 끊어버리지만 동네인지라 일년에 한번 있을까말까지만 복합적인 이유가 있기에 피치 못하게 주게되는데(한번은 초등학생 아들 혼자있고 부모는 지방에 있는 상황에서 저녁을 먹지못해 왔습니다. 부모랑 통화하고 외상준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매너가 상당히 좋던 손님이라 두말없이 주었고 물론 다음날 전부 주고감 이런상황 가끔 발생하더군요...) 사단은 꼭 여기서 생기곤합니다.  다그런건아니지만 일단 한번 외상에 맛들인 손님은 지속적으로 외상거래를 할수있다고 생각하고 저번에는 해주고 왜그러냐면서 우기면 안해주긴하지만 이것을 거절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됩니다.

 

 

원칙을 조금 빗겨가며 외상을 내준것은 믿음을 같이 준것이기에 일하는 사람은 마음의 상처도 일정정도 생깁니다. 이번 케이스는 액수가 크지 않기에 겉으로는 허허 웃지만 속으로는 짜증나는 상황입니다. 이런일 몇번 겪다보면 손님과 너무 친해지는 것도 다시 생각하게됩니다. 연초에 어느정도 친밀하다고 혹은 좋아졌다고 믿었던 손님들에게 연타로 당하고는...  손님과 가까워지는것에 대해 조금 냉정해진 상태...

 

 

3. 정치나 종교이야기 떠벌리는 사람

 

금전적인 부분인 외상외에 심리적 상처를 주는것은 가끔 볼수있는 취객이나 정신없는 사람의 쌍소리와 정치적인 이야기를 빙자한 자기말만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종교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본적이 거의 없지만 정치이야기는 잊을만하면 한명씩 특히 오십대와 육십대 남자들에게 간혹 볼수있습니다. 웃으면서 영국속담을 들먹이며 신사는 정치와 종교이야기는 하는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소용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세상을 보수와 진보(라 칭하고 전부를 무조건 빨갱이라고 몰아붙이기만함) 둘로만 나누어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깊숙히 젖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진짜 곤혹스럽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는 대화라지만 실제적으로는 대화라기보다 자신의 생각에대해 일방적인 통보에 가깝고 카운터에서 듣기싫은 이야기 어쩔수없이 듣다가 제지하는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재미있는건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좋은 인상의 웃는얼굴이고 보수적이라고 자신을 믿는(머리속으로는 친일파 전력을 속이기위해 반공주의로 돌변한 기회주의자들에게 세뇌당한이라고 해석) 사람들인데 겉으로 보기에 자수성가형으로 조금 살만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끔 한마디씩 내던지고 갈때면 역시 짜증이 가득일어나기도합니다. 상호 토론은 고사하고 지이야기만 싸지르고 그냥 가는 비겁한 유형들인데.. 단지 손님이란 이유로 내가 저사람에게 왜 저런 소리하는걸 여기서 듣고 있는지 자괴감이 생기기도합니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안하겠지만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사고방식을 통렬하게 깨우쳐주는 꼰대 스타일...

 

 

기껏 동네편의점에와서 부질없이 정치나 종교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매너...

 

 

최근에 손님과 너무 가까워지는거에 대해 조심하는중.. 편의점에서 오래된 알바생들 보면 나이와 어려도 냉하고 매정해보이는 스타일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사람에게 많이 치어서 생긴현상..